상견례:: 경복궁 방이점 상견례 후기/결혼 준비의 시작
우리는 결혼을 마음먹고는 곧바로 상견례를 추진하였다.
빨리 결혼을 공식화하면 둘이서 마음 편히 여행을 갈 수 있을 줄 알았다ㅋㅋ
(이는 안수집사님인 우리 아버지에겐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남자 친구와 나는 [우리 부모님 - 나 - 오빠 - 오빠 부모님]이라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처음으로 해보아서 상견례 장소를 정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우리 부모님은 울산, 오빠 부모님은 서울이었고 나는 대구, 오빠는 천안에서 근무 중... 모두 각기 다른 지역에 살고 있었기에 만남이 용이한 장소가 없었다.
모두의 중간 지점인 대전도 생각해 보았으나 너무 생경한 곳이라 길을 헤매거나 장소를 잘못 섭외할까 봐 무서워서 탈락.
때마침 엄마가 서울에서 모임을 할 일이 생겨 겸사겸사 오빠 부모님 댁 근처에서 상견례를 진행하기로 했다.
잠실에 상견례로 유명한 여러 업체들이 있었는데, 경복궁 방이점으로 선택한 이유는 부모님들께서 모두 다른 지점이지만 경복궁을 다녀오셨었고 만족스러웠다 하셔서였다.
상견례 자리인 만큼 큰 모험을 피하고 싶어서 검증된 업체로 선택하였다.
메뉴
상견례 자리에 맞춘 코스 한정식은 하나 뿐이라 선택을 잘 못하는 우리 커플에게는 편했다.
상견례 한식 가격은 인당 60000원이다.
이렇게 비싼 한정식은 먹어본 적이 없던 터라 결제할 오빠의 손이 좀 떨리는 것 같았지만.. 어쩌겠어 오빠 이제 시작이야..
영업시간
오전 11시 반 - 오후 10시까지였다.
우리 부모님 기차 시간에 맞추어 가장 빠른 11시 반에 예약을 했다.
상견례 일주일 전 전화 예약을 진행했고
경복궁 방이점에서 예약 확인 카톡을 받았다.
이 카톡은 양가 부모님들께도 전달해드려 날짜, 시간, 장소를 확인시켜 드릴 수 있어 편했다.
상견례 당일
부모님과 수서역에서 만난 뒤 남자친구가 먼길 오셨다고 차로 모시러 왔다.
복장은 편하게 하자고 서로 말을 맞췄는데 양복을 입고 나타난 오빠.. 야이!!!
차로 10분 달리니 경복궁 방이점 도착!!
차는 1층에 발렛을 맡기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예약자명과 층수가 표시돼있어 해당 층으로 가면 된다.
아 그런데, 타이밍 실수로 이곳에서 오빠 부모님과 만났다ㅎㅎㅎㅎ
어색한 인사를 주고 받으며 오시느라 수고하셨다 서로 너스레를 떤 뒤에 찾아온 어색한 정적..
엘리베이터는 왜 이리 안오는지..
오빠나 내가 주도하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말을 아끼고 부모님들은 서로 어색하고.. 엘리베이터를 타서도 참 어색하기만 했다.
방에 입실하여서는 들어간 순서대로 자연스레 오빠 부모님께서 창가석으로 가셔서 누가 어느 쪽에 앉아야 하나 했던 고민이 말끔히 해결!
서로 부모님을 다시 한번 소개해 드린 뒤 자리에 앉아서는 테이블 위에는 서로의 이름이 프린트된 백세주가 준비되어있어 말문을 틀 수 있었다.
남자는 파란 포장, 여자는 빨간 포장이다.
아쉬운 건 보다시피 오빠 이름이 인쇄된 라벨지가 매우 꾸깃하고 위치도 맞지 않은 점이었는데 고급 식당에서 이렇게 눈에 보이는 실수를 할 수 있나 싶었다.
서로 이야기를 시작하려는데 앞방 단체 손님들이 찬송가를 부르기 시작하였고, 찬송가가 끝나자 옆방에서 왁자지껄 시끄러운 대화를 시작하였다.
생각보다 방음이 잘 되지 않아 다소 소란스러운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시작한 부분도 아쉬웠다.
또, 우리 테이블을 담당한 서버님은 중년 여성분이었는데, 화끈한 스타일이셨다...^^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느낌이 아니라 음식도 턱턱 놓아주시고 우리를 배려해주는 느낌이 덜했달까...ㅎㅎ
음식은 나무랄 것 없이 맛있었다.
우리는 여섯 명인지라 부모님 네 분에게 한 상, 오빠랑 나 둘에게 한상으로 나누어 나왔는데, 부모님들은 서로 긴장하셔서 음식을 거의 드시지 못했고 오빠랑 나는 비. 교. 적 편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게다가 팔보채가 나왔는데 어려운 분위기라 그런지 어른들은 아무도 쌈 싸 드실 생각을 못하셨다.
서로 술도 한잔씩 하고 이야기를 나누시며 분위기가 조금은 풀렸지만 자리가 어려워서인지 어떤 음식이 나왔었는지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다ㅋㅋㅋ
자리가 파할 때쯤 아버님이 음식 싸가야 하는 거 아니냐며.. 본전 다 버렸다며..ㅋㅋㅋㅋ
음식이 나오고 서버분께서 찍어주신 우리의 단체샷ㅋㅋㅋㅋ 지금 보니 너무 재밌다
확대해보니 회랑 육회가 나왔었구나..
기억을 더듬어보면 대충 애피타이저-> 회-> 팔보채, 고기류->국과 밥 순이었던 듯하다.
경복궁 방이점은 아주 나쁘지도 않고 아주 좋지도 않은 느낌이었지만 우리 상견례 분위기가 매우 좋게 끝나서 전반적으로는 만족스러웠다(엥?).
따지고 보면 별 거 아닌 것들인데 상견례를 완벽하게 하고 싶은 내 욕심인 것 같기도 하다ㅋㅋ
왜냐하면 우리 엄마 아빠는 긴장해서 아무것도 기억 안나신다고, 불편한거 하나도 없었다고 하셨다.
아 상견례 중간중간에 어색한 분위기를 타파하려고 우리가 준비해 간 이벤트 아닌 이벤트들이 있었다.
양가 부모님들께 멋진 며느리, 예쁜 사위가 되겠다며 미니 비누 화환을 드렸고
우리 커플링이 마침 그 주에 나와 반지 교환식도 어른들 앞에서 했더니 아주 좋아하셨다ㅋㅋㅋㅋ
평소 나대는 거에 10분의 1로 나댔는데도 좋아해 주셔서 매우 매우 감사드렸다.
양가 부모님들 모두 상견례는 처음이라 초반에 매우 얼어계셨는데, 끝나고 나니 다들 하신 말씀이 너무 어렵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 다시 이런 자리 있으면 재밌을 것 같다 하셨다.
아무튼 상견례 끝!!